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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우리는 진짜 색을 보고 있는 걸까?
우주 사진은 언제나 경이롭습니다.
은하수의 푸른 흐름, 성운의 붉은 구름, 초신성의 황금빛 폭발.
이 모든 이미지는 마치 우주가 형형색색의 물감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주 공간을 육안으로 본다면,
그 대부분은 완전히 검고, 단조롭고, 무채색에 가까운 풍경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색’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실제로는 착시 또는 인식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색은 단지 빛의 파장을 감지한 뒤
우리 뇌가 해석한 감각적 이미지입니다.
즉, 색은 본질적인 물리적 실체라기보다는
감각기관과 해석 시스템이 만들어낸 주관적인 경험에 가깝습니다.
이 때문에 같은 사물도 조명, 배경, 주변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으며,
특히 우주처럼 조건이 크게 다른 환경에서는
색의 인식은 거의 왜곡되거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결국 우리는 우주에서 색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진짜 존재하는 색인지,
아니면 해석의 결과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주에서 색을 본다는 것 자체가 착각일 수 있다”는 주장의 출발점입니다.
2. 망원경 사진 속 색은 어디에서 오는가?
현대 천문학에서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우주 이미지는
천체 망원경이 수집한 데이터를 시각화한 결과입니다.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스피처 망원경 등은 광범위한 파장의 전자기파를 수집한 뒤,
이를 가시광선 영역으로 변환하거나 보정한 이미지로 제공합니다.하지만 여기에는 ‘실제 색’이 그대로 담겨 있지 않습니다.
천문학자들은 관측한 데이터의 파장에 특정 색을 대응시키는
채널 맵핑(channel mapping) 혹은 가상 색상 처리(false color)를 통해
우리의 눈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자외선 파장을 파란색으로, 적외선을 붉은색으로 설정하는 식입니다.
이 방식은 시각적으로 직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색이 실제 우주에서 그렇게 보이는지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이는 마치 열화상 카메라가 온도 차이를 색으로 표현하듯,
우주 사진도 데이터의 색상 시각화 결과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우주의 ‘진짜 색’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
그것은 사실상 과학적 해석 위에 입혀진 시각적 환영일 수 있습니다.
3. 인간의 눈은 우주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색은 단지 파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눈의 생리적 특성과 주변 환경, 광원의 스펙트럼,
그리고 뇌의 해석 과정이 모두 합쳐져야 색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우주는 인간의 시각 체계와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공간입니다.지구에서는 태양광이라는 강력한 광원이 있고,
대기 중 입자들이 빛을 산란시켜
다양한 방향으로 퍼지게 함으로써
우리는 색상, 명암, 공간감을 쉽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주 공간은 대부분 진공에 가까워
산란이 거의 없고, 빛이 직진만 하기 때문에
눈에 직접적으로 도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또한 우주에서 직접 육안으로 관측 가능한 색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의 푸른빛이나 백색 구름은 볼 수 있지만,
그 외의 성운이나 먼 은하는 대부분 검고 흐릿한 점에 불과하다고 보고합니다.즉, 우리가 지구 환경에서 인식하는 색과
우주에서 실제 관측 가능한 색은
전혀 다른 맥락에 있으며,
지구에서 만들어진 시각 체계로 우주를 해석하는 것 자체가 착각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4. 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색을 만들어내는 것
색은 ‘보는 것’이라기보다,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빛이 반사되어 눈에 들어오면 색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정보를 뇌가 조합하고 해석하여 색을 구성합니다.
이 과정은 매우 주관적이며,
여러 인지적 착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대표적인 예가 ‘드레스 색 논쟁’입니다.
인터넷상에서 동일한 사진이
어떤 사람에게는 파란색과 검은색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흰색과 금색으로 보인 사건은
색 인식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이처럼 우리는 색을 ‘객관적으로 본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뇌가 만든 해석된 이미지를 보고 있을 뿐입니다.
우주의 색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측 장비, 환경, 분석 방식에 따라 달라지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왜곡이 개입될 수 있습니다.
결국 우주에서 색을 본다고 믿는 것은,
우리가 해석된 정보를 실제로 존재한다고 받아들이는
감각의 자동화된 오류일 수 있습니다.
5. 우리가 보는 우주는 진짜일까?
우주에서 색을 본다는 것은 어쩌면 지구적 인식 방식의 투영일지도 모릅니다.
색은 뇌의 해석이고,
우리가 보는 우주의 모습은
데이터와 시각화, 인식이 결합된 합성된 현실입니다.
그것이 우주라는 실제 대상의 진짜 모습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따라서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는 방식,
특히 색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은
의심과 성찰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우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채색일 수 있고,
우리가 경이롭게 여긴 색감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감각일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착각이 우주를 더 가깝게 만들고,
더 이해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우주의 색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그 자체로도 우주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우주의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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